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숨 가빴던 외교 일정을 마무리했다.
특히 마지막 날인 21일 윤 대통령은 ‘외교 슈퍼 데이’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뒤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일 약식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도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비살상 물품 지원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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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한미일 워싱턴 3자회담 제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한미일 3자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미일 약식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제안했다고 미국 고위 관리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짧은 2분여 동안 진행됐다. 약식 회동 수준이지만 대통령실 측은 미리 의제가 조율된 만큼 회담 성격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한미일 세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한 이후 6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 한미일 정상회담 시기가 곧 정해질 것이라 말했지만, 그 외 다른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3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와 경제 안보,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 3국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이번 초청 제안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지난 5월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으로 12년 만에 복원된 ‘셔틀 외교’를 계기로 한일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관계 진전을 크게 환영해 왔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낸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용기 있게”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일 정상, 원폭 희생자 위령비 첫 공동 참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지난 7일 서울 회담 이후 2주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이다.
양 정상이 “지난 두 달여 기간 동안 세 차례에 이르는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환영했다”고 한국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약 35분간 진행된 이번 한일 회담에선 번영과 평화를 위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외교, 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 산업, 과학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양국 관계가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급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지역 정세 하에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양자회담 전 두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한국 대통령의 참배 또한 처음이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시설로, 당시 한국인 약 5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10명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뒤에 앉아 참배를 지켜본 가운데, 권준오 현 한국원폭피해특위 위원장은 “한일 정상과 부인 4명이 우리 위령비에 참배한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한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방한 시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의 용기와 결단이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 후 일본 측에서 이에 대한 호응으로 직접 ‘사죄와 반성’이라는 언급할지 주목됐다.
기시다 총리는 두 번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제 자신의 솔직한 심정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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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크라 첫 정상회담 '우크라에 필요한 지원할 것'
윤석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21일 히로시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 참석이었던 당초 계획과 달리 일본을 직접 방문하게 되면서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약 32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대한민국은 자유와 국제연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중시한다”며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도움에 사의를 표하며 “그간 한-우크라이나 정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의약품, 발전기, 교육용 컴퓨터 등 우크라이나가 긴급히 필요로 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적시에 지원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추가적인 비살상 물품 지원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뢰제거 장비, 긴급후송차량 등 현재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를 접견한 바 있다.
당시 젤렌스카 여사는 윤 대통령에게 지뢰제거 장비 등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비살상 군사장비 지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